(수필)난과 함께가는 인생길

by 솔란정 posted Oct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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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명중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한세상을 살다 간다는 것은 선택받은 사항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생의 가장 예민했던 시기에 심취했던 한 부분으로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사는가(?)"란 명제에 대한 답을 지천명의 세월을 넘기면서 서서히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0년의 세월속엔 희,노,애,락,이 녹아 빛바랜 흑백필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했던 길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은 풍란을 벗하며 살아온 30년의 세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인생길이란 5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이다. 이 안개 가득한 길을 더듬으며 가는 백년도 안되는 세월속에서 우리는 숱한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중에서도 때로는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세상 살아가는 인생길이다.

나는 30평 남짓한 난실을 내것도 아닌 전세로 가지고 있지만 그 난실에 들어와 한마리 벌레처럼 난들과 동화되는 순간에는 종교이상의 평온과 안식을 찾는다. 세상속의 온 갗 고뇌와 번민과 아픔과 고달픔과 그리고 금전적 압박과 배고픔마져도 잃어버리는 백치가 된다. 때로는 자연에 역행하거나 해가되는 인간보다도 차라리 한줄기 풍란으로 태어나 자연의 일부로서 몫을 다할 수 있었다면 우주의 시각에서 볼 때 더 아름다운, 가치있는 한세상이 되지 않았겠는가란 부질없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는 것은 병이다.
1에서 100까지의 숫자가 있을때 10까지 아는 아이에게 10을 주면 최상이다. 40까지 아는 대학생에게 30을 주는 것은 유치한 것이고 70을 아는 중년에게 100을 말하는 것은 과시욕이며 죽음을 앞둔 인생에겐 1부터 100이란 숫자가 부질없는 것일 수 도 있다.

간혹, 하우스에 오시는 분들중 비싼 품종들을 보유하고 싼 품종들을 보며 이까짓것 하는 모습을 접할때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은 촉당 기천원에 불과한 난이라도 한시대를 풍미했던 명품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모든 물질의 가치가 그렇듯이 그 시대의, 시간의 가치가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난이나 모든 물질의 가치란 현재의 가격일뿐 미래에는 가치가 더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음을 우리는 주지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 있어서 모든 부분은 타이밍 싸움이며 이 타이밍을 잘 잡는 사람은 성공한 인생을, 타이밍을 못맞추는 우리같은 인생은 덜 성공한 사람으로 살아갈 뿐이다.

급속한 물질문명의 발달앞에 금전적인 부분이 전부인양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잣대를 들이대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부분이 정신적 세계라고 본다. 난을 키우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식물의 특성이 그러하듯이 대체로 순수하며 착한 사람들 일색이다. 오랜기간 난을 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난 때문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이 좋은 친구들은 안개속 인생길에 있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들이다.